은퇴 상담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얼마나 모아야 은퇴할 수 있나요?”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금융업계가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보험사 시메트라(Symetra)는 최근 소비자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은퇴는 잔고(balance)로 굴러가지 않는다. 소득(income)으로 굴러간다.” 질문이 ‘얼마나(How much)’에서 ‘얼마나 오래(For how long)’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퇴 생활이 20년, 길게는 30년을 넘기 때문이다. 모으는 데 성공한 분들은 많다. 문제는 ‘꺼내 쓰는 계획’이다. 같은 50만 달러라도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어떤 은퇴는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흔들리고, 어떤 은퇴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생활비가 들어온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도구의 역할이다. 401(k)와 IRA는 애초에 ‘모으는 도구’로 설계되었다. 세금 혜택을 받으며 자산을 불리는 데는 탁월하지만, 은퇴 후 그 돈을 평생 소득으로 바꾸는 일은 별개의 과제다. 반대로 연금(어뉴이티)은 처음부터 ‘소득의 도구’로 만들어졌다. 어느 쪽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축적의 도구와 소득의 도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의 관계다. 소셜연금이 기초를 깔고, 401(k)가 자산을 만들고, 연금이 그 일부를 평생 월급으로 바꾼다.
순서도 중요하다. 첫째, 기초 생활비부터 확보한다. 주거비, 의료비, 식비처럼 매달 반드시 나가는 지출을 소셜연금과 보장 소득으로 덮어두면, 시장이 어떻게 움직여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다. 생활비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 나머지 자산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둘째, 여유자금은 원금을 지키며 증식한다. 셋째, 은퇴 설계의 마지막 변수인 건강, 즉 간병(롱텀케어) 리스크에 미리 대비한다. 생활비, 여유, 건강 — 필자는 이것을 ‘세 개의 바구니’라고 부른다.
기초를 맡고 있는 소셜연금조차 여유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신탁기금 전망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만큼, 필요 생활비는 조금 넉넉하게 잡는 것이 안전하다.
시메트라는 같은 글을 이렇게 맺는다. “은퇴의 성공은 얼마를 모았느냐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 자원이 당신의 삶을 얼마나 오래, 잘 받쳐주느냐로 측정된다.” 질문을 바꾸면 설계가 바뀐다. ‘얼마’를 물어왔다면, 이제 ‘어떻게’를 물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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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김 / 블루앵커 재정보험 대표 · CAS®(공인 어뉴이티 전문가) · CLTC®(롱텀케어 전문)



